오늘은 뭘 했더라.
습관처럼 하루의 마지막 일과인 '일기 쓰기'를 해내다가 갑자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.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. 뭘 하려고 왔더라, 뭘 하고 싶었더라. 그리고 지금은 뭘 하고 있는 거지. 뭘 해야 하는 거지.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.
내 안에서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던 열등감들은 650번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날들 속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고 쑥쑥 자라났고.. 작년 이맘 때쯤 만개해서 지금은 진 건지 어쩐 건지.. 모르겠지만. 없어지진 않은 거 같은데. '난 정말 별 거 아닌 존재구나' 이런 생각들..이 드는 건 힘들고 무서운 일인데, 이런 생각들이 들어도 더이상 슬프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게 더 힘들고 무섭다.
말도 글도 생각도,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멍청하고 바보같아 보였었고 사실은 지금도 좀 그렇다. 어차피 별 생각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면 아예 진짜로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의 진수를 보여주지!!! 라는 다짐도 했을 정도.. 늘 자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'생각없이 살고 있는 것'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고. 정말 생각없이 산 건 아니었겠지만(정말 아-무 생각없이 사는 게 더 어려울 거 같아;;;;),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게 하나같이 참 보잘 것 없이 느껴져서.. 어느 순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일부러 더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고..
아 모르겠다. 처음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 끊었을 때부터 좀 생각 없었고 여행 준비 안하고 딴 짓하고 다닐 때도 생각 없었고. 파리 도착했을 때부터 까미노 마칠 때까지도 좀 생각 없었다..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... 중에도 생산적인 생각은 손에 꼽을 정도고.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생각 없는 거 같고 남은 날들도 생각 없을 거 같다.. 무섭다. 이렇게 생각 없이 살다가 죽는건가...........
근데 내가 이렇게 쓰고 있는 게 사실 더 자괴감 든다.. 나 생각 없는 거 아닌데. 내가 내 자신보고 생각 없다고 (있지도 않은) 남들의 시선을 투영해서 비난하고 있는 꼴이라니. 짜증나. 나에게 열등감을 선사한 사람들 밉다.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순례자 미사 드릴 때, 용서하게 해달라고.. 기도했는데. 사실 너무 어려운 거 같다.
변하고 싶었는데. 변하는 게 어렵다. 잘 안된다. 잘 안되서 괴롭다. 변하고 싶었던 것들은 다 그대로고.. 어떤 건 더 나빠지고.
이딴 걸로 그만 좀 우울했으면 좋겠다. 바르셀로나까지 와서.. 왜 이딴 걸로... -_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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